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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too, my friend

by 조알라 2017. 8. 13.

- You too, my friend


회사에서 근 한달간 나를 진빠지도록 괴롭혔던 일이 있었다.

우리 회사의 협력사 시스템이 전세계적으로 다운 돼서, 우리 회사 특정 서비스가 직격타를 맞았고

그걸 수습하느라 몸과 마음이 다 피폐해졌더랬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수습"이라는 게 결국은 내 스스로 해결은 안 되는 일이다보니,

이 부서, 저 회사에 도와달라고 S.O.S를 치거나, 영향 받은 고객에게 굽신굽신 사과하는 것이 주요했기 때문에.


암튼 이 회사를 임시적으로 대체할 타 회사가 정해졌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체할지에 대해서 윗 매니지먼트끼리 상의가 되어있다길래 요청을 보내기 시작했는데,

담당자라는 M이 영 딴소리를 하는 것이다.

우선 이미 논의가 되었다는 도움의 범위나 배경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못하고 있었고,

우리 쪽은 급해서 발 동동인데, 계속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액션을 취하지 않거나, 아니면 회신을 아주 늦게 하거나...

결국 처음부터 차근차근 상황을 설명하고, 이런 저런 디테일들을 같이 정립해나갔고,

그러다 보니 조급한 유저쪽 불만은 커지고..... 그 화살은 물론 나 한 명이 다 막아내야 했다.

무책임한 매니지먼트 쪽에 대해서도 그랬지만, 담당자인 M에 대한 나의 답답함도 커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돌아보면 하루에도 몇번씩 주고 받았던 많은 이메일 속에 은근한 불만이 녹아 들어갔을거고,

M 역시 나의 생경한 동양 이름의 (틀린) 스펠링을 치며, 꽤나 욕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점점 이 임시방편 시스템이 안정을 찾아가면서,

우리의 커뮤니케이션도 점점 정상(?)을 되찾아 갔고,

그간의 집요한 괴롭힘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어찌보면 갑자기 다른 회사 일을 떠맡은 것임에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M에 대한 진심 어린 감사함을

나도 모르게 이메일에 표현했었나보다.

어느 순간 M도 CC 없이 나에게만 "You are more than welcome", "Always happy to help" 라고 회신을 보내는 것이 아니겠는가.

회신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은 물론이었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 정말 고맙다고, 즐거운 주말 보냈으면 좋겠다는 나의 이메일에

"You too my friend"라는 회신이 돌아왔다.


You too my friend.....


단 한 문장이었지만, 나를 멍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한 달간의 고생이 조금은 덜 서러워진 순간이었다.


시차 4시간의 먼 나라에서 모니터 너머 M이 조금은 머뭇거리며 썼을 그 이메일을 보며,

일 역시 결국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이고,

그렇기에 작은 말 한 마디와 제스처 만으로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강철 같은 담당자들도 사실은 상처 받고 기뻐하는 여린 마음을 가진 사람임을,

나 역시 조금은 부끄러운 기분으로 마음에 새겼다.


인간으로 사는 것이 여러 모로 피로하고, 외면하고 싶을 정도로 더러운 점도 많지만,

또 인간이기에, 이런 작은 에피소드 하나로 인간으로 사는 것의 묘미를 느끼는 것이겠지.


You too my friend.

고마웠어요 M.


사진은 아무 상관 없는 길고양이